즉 신들림의 경험 없이 집안으로 내려온 무당들이 굿을 해왔던 것입니다. 굿은 마을의 안녕과 태평을 기원하는 서낭굿, 또는 어업하는 사람들의 풍어를 위한 별신굿이 많이 행해졌고, 개인적으로는 바다에서 죽은 넋을 위로하기 위한 넋건지기굿과 혼인 전에 죽은 영혼을 결혼시키는 영혼혼사굿, 그리고 재수굿 등이 있습니다. 삼척지역 대부분의 어촌마을은 근덕의 큰무당 이금옥의 당골판이었습니다.
삼척지역 대부분의 어촌마을은 근덕의 큰무당 이금옥의 당골판이었습니다. 흔히 ‘뚱뚱이 무당’, ‘째보 며느리’라고 불린 이금옥은 현재 부산의 무속관계 인간문화재인 김석출의 형수로 뿌리깊은 세습무 집안에서 굿을 배워 삼척을 비롯한 강원특별자치도 영동지역 전역을 당골판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금옥이 노쇠하여 굿을 하지 못하게 된 90년대 이후부터는 신들린 무당이 마을의 서낭굿을 맡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신들린 사람들은 오랫동안 점복(占卜)으로 생업을 삼아왔고 굿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굿을 배워 참여하는데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삼척의 어촌에서는 정기적으로 서낭굿, 또는 어룡제라고 부르는 마을굿을 해왔습니다. 삼척굿의 특징은 어업도 중시하지만 마을전체의 안녕과 태평을 기원하는 의도가 강하게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즉 별신굿의 성격보다 마을서낭굿의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용의 과다지출과 신앙심이 줄어들면서 차차 중단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굿을 하고 있는 마을들의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추천에서는 격년으로(3년마다 라고 한다) 음력 3월중에 날을 받아서 무당을 청해 굿을 하는데 이를 어룡제라고 부릅니다. 어룡제의 비용은 추렴없이 어촌계가 부담하는데 공동어장의 이익금에서 냅니다. 당골무당은 이 마을에 살다가 근덕으로 이사간 이금옥(별호 뚱뚱이 무당, 1991년 겨울에 사망)이었는데 노쇠하여 굿을 못하게 된 88년부터 신들린 무당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들은 세습무당보다 값이 싸고 주민들의 흥을 돋구어주어 평이 좋다고 합니다. 그후부터는 당골무당을 따로 정하지 않고 해마다 무당을 바꾸어 부릅니다. 이유는 두어 번 쓰다가 보면 당골로 굳어져 마을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90년에는 삼척의 꼬마무당이 왔었고, 92년에는 묵호에서 데려왔다고 합니다. 무당은 어촌계 임원회의를 소집하여 의사를 종합, 청하게 됩니다.
굿은 아침 11시경 시작하여 밤을 새고 다음날 오전에 끝납니다. 제물은 특이한 것이 없고 돼지머리, 대구포 외에 일반적인 제물이 오릅니다. 어룡제를 지낼 때 여유있는 선주들은 만신을 청하여 배 안에 제물을 차려놓고 따로 용왕제를 지냅니다. 초곡의 마을굿은 단오 때 한해 걸러서 하는데 어룡제라고 부릅니다. 예전에는 날을 받아서 굿을 했었습니다. 굿은 5월 4일 초저녁에 원당에서 시작하여 6일 아침에 마칩니다. 굿에는 주민들만이 아니라 외부에서도 구경을 옵니다. 일단 서낭굿이 끝난 후 선주들은 바닷가에 있는 해서낭(해랑)에 가서 용왕제를 합니다. 당골무당이 죽은 후 무당의 선정은 4월 중에 마을회의를 열어 결정하고, 예전에는 소를 잡아 통째로 올렸었는데, 지금은 돼지를 잡습니다.
임원은 3년에 한번씩 굿을 하는데 모든 가구가 돈을 추렴하여 경비를 마련합니다. 굿은 9월에 하고 정씨서낭과 고씨서낭인 두 여서낭의 대를 내려 남서낭을 모신 큰 서낭당으로 모셔와 굿을 합니다. 이곳에서 이틀간 굿을 한 뒤 삼일째 되는 날은 바닷가로 나와 용왕제를 지냅니다. 굿을 할 때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제물로 올립니다.
행정구역상으로 삼척시 교동에 속하는 후진에서도 굿을 합니다. 굿은 예전에 2년에 한번씩 하던 것을 1993년까지는 3년에 한 번, 1993년부터는 5년에 한 번씩 굿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굿의 이름은 서낭굿이라고 하고 동짓달에 하는데, 전속 무당으로는 근덕 뚱띠이 무당(이금옥), 묵호 용칠이 무당들이 해오다가 현재는 그 후손들이 합니다.
삼척시 오분동의 풍어제는 4-5월과 11월에 하며 계원의 생년월일, 지역의 텃세를 고려하여 날짜를 정하고 굿은 용골무당을 계속하여 불러 간략하게 합니다. 제당은 산너머에 있으며 부정을 타지 않은 선주들은 돈을 놓고 절을 하며 안전과 풍어를 기원합니다. 마을 제사는 통장이 관장하지만 풍어제는 어촌계가 중심이 됩니다. 이제 삼척에서 행해지는 마을굿의 내용을 주로 해안마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속신앙자료는 [삼척의역사와 문화유적](삼척시ㆍ관동대학교박물관, 1995년) "삼척시의 민속자료" 편에서 발췌·정리한 것입니다.